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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가을 제1기 사장학교에서 만난 도자기 만드는 친구 반미성이 내게 삶의 중심 단어를 말해달라고 했다. 흔들리지 않는 삶이라고 했더니 저렇게 글이 새긴 예쁜 컵을 만들어 주었다. 제공=홍경희. ⓒ제주의소리

[바람섬 숨, 쉼] “지혜를 주신 스승님 고맙습니다”

좋은 말, 좋은 글들이 삶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열쇠로 쓰이기는 쉽지 않다. 평소 고개를 끄덕거리며 수긍하는 원칙들이 막상 ‘나의 문제’가 되면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앞서 걸어가는 남의 등짐은 잘 보이지만 내 등의 짐은 잘 보이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좋은 스승님을 만나면 금과옥조(金科玉條)와 삶의 거리가 많이 가까워질 수 있다. 나는 퍽이나 운이 좋아 그러한 스승님을 만났다.

배움이 더딘 내가 스승님이 몇 년에 걸쳐 반복해서 일러주고 또 일러준 가르침을 나는 최근에서야 세 가지로 나름 정리했다. 그리고 그 원칙들은 실제로 나의 삶에서 나침판이 되어준다. 

비교하지 않는 삶, 흔들리지 않는 삶, 오늘을 사는 삶.

스승님은 늘 말씀하셨다.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이 주인인 삶을 살라고. 

“멀쩡하게 같이 잘 살아가던 남편과 자식들이 언제 미워지기 시작해요? 남의 집 남편 남의 집 자식이 잘 됐다는 소리 들으면 갑자기 미워지지요. 갑자기 내 삶이 초라해지기 시작하지요. 그럼 당신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첫째가 남의 집 가족이고 둘째가 우리 집 가족, 그 다음이 당신이겠네요.”

거 참, 나 역시 다반사로 남들과 나를, 남의 가족과 나의 가족을 비교하며 살아왔는데 듣고 보니 나의 어리석음이 명징하게 다가온다. 비교하지 않는 삶, 잊지 말아야겠다.

스승님은 또 말씀하셨다. 삶의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살아야한다고. 우리가 흔히 오해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중도(中道)를 움직이지 않는 저울의 평형상태로 아는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 중간, 평형이 중도는 아니다. 예를 들어 깨달은 도인들은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않고 늘 같은 감정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아니라고 하셨다. 기쁜 일은 기뻐하고 슬픈 일은 슬퍼하되 감정에 끌려 다니지 않고 항상 중심으로 돌아오는 것이 중도라고. 즉 언제 어디서나 모든 일에 중심을 잡고 사는 삶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또 스승님은 오늘을  잘 살아가라고 하셨다. 오늘은 어제의 결과이고 미래는 오늘의 결과이니 어제의 일로 오늘을 망치지 말고 오늘 잘 사는 것이 밝은 미래로 향하는 길이라고. 이 말 또한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어제의 일을 후회하느라 오늘이 우울하고 알 수 없는 미래를 미리 걱정하느라 또 오늘이 힘들다고 생각했던 나였다. 그런데 생각의 방향을 바로 잡으니 어떤 일이 다가오더라고 비교적 담담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다음으로 나아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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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경희 제주교재사 대표.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사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걱정되는 것은 혹시 내가 스승님의 가르침을 잘 못 이해하지는 않았는지, 더 깊은 뜻이 있었는데 모르고 지나간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래도 부족하지만 이렇게 정리를 해 본 것은 스승님에게 감사하다는 말, 축하드린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이다. 지난달 말 스승님은 환갑이 되었다. 나처럼 스승님에게 삶의 지혜를 얻은 많은 분들이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뭐 별로 한 것도 없이 뒤에 서 있다가 맛있는 밥을 잘 먹고 왔다. 그 자리에서는 못했지만 늘 감사한 마음을 이렇게라도 전달하고 싶어서 무딘 머리로 정리를 해보았다. 

고맙습니다. / 홍경희 제주교재사 대표( https://blog.naver.com/jejubaramsu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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