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 (62) 뭣이 중헌디...사람과 생각의 중요함

초야에 묻혀 사는 백면서생이 무얼 알겠습니까만 시절이 하 수상하고 나라 사정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것 같아 오늘은 작심하고 대통령님께 몇 마디 고언을 드리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사람의 중요성

어떤 야당 인사가 문재인 정부의 인사는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라고 하더군요. ‘인사는 만사’라는 말이 있는데,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거니까 사람이 중요하다는 뜻이겠지요. 그런데 내 편만 골라 쓰고 상대편을 배제하는 건 이종교배를 해야 잡종강세가 나타난다는 자연의 순리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링컨이 왜 자신의 정적들을 장관으로 기용했을까요? 반대파를 포용하여 국정수행의 동반자로 활용한 링컨의 용인술을 배워야 합니다. 국정의 큰 틀을 유지하려면 더 크게, 더 넓게, 더 길게 보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이런 인재들을 발탁하여 정부와 공기업에 배치해야 나라의 장래가 밝아집니다.

발탁한 인재에게 일을 맡기고 밀어주는 게 지도자의 역할이지요. 권력은 나눌수록 커지고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청와대가 모든 권력을 움켜쥔다면 내각(장관)은 허수아비가 되고 권력의 시너지 효과가 생겨나지 않겠지요. 이런 점에서 청와대의 권력 집중과 만기친람(萬機親覽)은 불합리하고 부적절해 보입니다.

생각의 중요성

‘철의 여인’이라고 불린 대처 영국 수상은 어릴 적에 “생각을 조심해라, 말이 된다. 말→행동→습관→성격을 조심해라. 운명이 된다”고 아버지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합니다. 생각이 운명을 결정한다는 거지요. 그런데 개인의 생각은 개인의 운명을 결정하지만, 지도자의 생각은 나라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대처 수상은 현명한 생각으로 노동개혁을 성공시켜 고질적인 영국병을 치유함으로써 역사에 남은 인물이 됐지요. 

지도자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확증편향’이나, 객관적 진실을 자기중심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진실, 그 자체를 거부하는 ‘선택적 지각’은 버려야만 할 나쁜 생각입니다. 또 있어요.

“감히 내 말에 토를 달아? 군소리 집어치고 나만 믿고 따라와!” 권력으로 억누르고 권위에 맹목적으로 복종시키려는 권위주의도 사악한 생각입니다. 

지도자는 당당해야 하고 생각의 전환이 빨라야 합니다.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정공법으로 나가야지, 술수나 고집을 부려선 안됩니다. 어려움이 있으면 사실대로 국민에게 알리고 설득하는 자세를 보여야지요. 링컨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민들의 신뢰를 한 번 잃어버리면 다시는 국민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없게 됩니다. 모든 국민을 일시적으로 속일 수 있고, 일부 국민을 항상 속일 수 있겠지만 모든 국민을 항상 속일 수는 없습니다.”

미래를 향한 개혁

적폐청산은 과거에 대한 개혁인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노동개혁, 교육개혁 등 미래를 향한 개혁입니다. 적폐청산은 하루 아침에 안 되고 국민의식의 성숙에 따라 자연스레 이뤄져야 하며, 그건 국가와 지방의 행정 시스템에 맡기면 될 일입니다. 임기 내내 적폐청산에 매달리면 그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고, 대부분의 정책이 장단의 양면성을 가지는 ‘Trade-Off’ 원칙(하나를 얻으면 반대로 다른 하나를 잃는다는 원칙)에서 추진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뿐만 아니라 법과 제도와 정책 등 인간의 모든 행위들은 언젠가 수정주의의 칼날과 변증법의 공격을 받게 된다는 역사의 교훈을 명심해야 합니다.

시급한 것은 노동개혁이지요. 우군인 귀족노조를 혁신하는 것은 제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겠으나 읍참마속의 결단을 내려야합니다. 대처는 영국에만 있는 게 아니라 한국에도 있다는 걸 보여주세요. 나라를 위해서라면 못 할 일이 무엇입니까?

정치의 요체: 國利民福·國泰民安

예부터 정치의 요체는 국리민복과 국태민안이었습니다. 국리민복은 경제와 복지가 핵심이고 국태민안은 외교와 안보가 핵심이지요. 곧 경제와 안보가 국정의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는 말입니다. 

소생은 대통령님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초석을 놓는 위대한 지도자로 역사에 남기를 바랍니다. 대통령님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노심초사하시는 걸 어찌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비핵화는 멀고 험난한 대장정입니다. 남측이 조바심 하고 조급증을 보일수록 북의 전략 전술에 말려들 공산이 큽니다. 이쯤에서 한 발 물러서서 속도와 방향을 조절해 보는 건 어떨지요? 밀당을 하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남녀 간 사랑에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오래 가듯이 대북관계도 ‘거리두기’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군주민수(君舟民水) : 지도자의 오만과 독선

순자가 말한 군주민수는 군주가 배이고 백성은 물인데, 백성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엎기도 한다는, 지도자의 오만과 독선을 경계한 말이지요. 권력은 항상 옳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권력의 무오류성, 전능성-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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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일홍 극작가.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고전의 경구라 할 수 있는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대통령은 대통령답게, 관료는 관료답게, 애비는 애비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처신해야 한다는 뜻이겠지요. 

나라의 앞날과 백성들의 살림살이를 걱정하는 대통령님의 진심을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때 국정 운영은 물 흐르듯 순조롭게 풀려나갈 것이라 믿습니다.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십시오. 지도자의 병은 나라의 우환이요, 백성의 근심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이만 총총…. / 장일홍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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