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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제주시 애월읍 수박밭. 오전에 호스를 통해 물을 준 것으로 보이지만, 오후가 되자 금세 땅이 메말라갔다.

[현장] 용강동·동복·동명·인성리 '매우 건조'...단호박·참외·수박 등 직접적 피해 우려 

제주가 초기 가뭄으로 메말라가고 있다. 특히 단호박과 참외, 수박 등 작물은 피해가 우려된다. 

제주도 병해충방제정보시스템에 따르면 31일 오후 2시 기준 제주시 신엄리, 상귀리, 노형동, 신촌리, 한동리, 덕천리, 귀덕리, 서귀포시 강정동, 중문동, 신도리 등이 건조한 초기 가뭄 증세(가뭄판단지수 100~500kPa)를 보이고 있다. 

건조한 초기가뭄 때 밭작물의 경우 지속적으로 물을 뿌려줘야 한다.   

가뭄판단지수는 33~50kPa가 적정하다. 즉, 가뭄이 아니라는 얘기다. 50~100kPa는 약간 건조한 상태를 말한다. 100~500kPa는 건조, 500~1500kPa는 매우 건조한 상태다. 

가뭄판단지수가 1500kPa를 넘으면 물을 뿌려도 땅이 수분을 흡수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다. 현재 매우 건조한 지역도 4곳이다.  

제주시 용강동, 구좌읍 동복리, 한림읍 동명리, 서귀포시 대정읍 인성리가 501kPa를 기록했다. 

제주지방기상청과 제주도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올해 5월1일부터 20일까지 평균기온은 18.2도로 평년보다 1.1도 높았다. 일조시간도 168.4hr로, 평년의 101.3hr를 훌쩍 넘어섰다. 

반면 강수량은 43.1mm로, 평년 94.3mm보다 45.7%나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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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애월읍 호박밭. 스프링클러가 쉼 없이 돌아가며 물을 뿌리고 있다.
평년보다 기온이 높고, 일조시간도 늘어난 반면, 강수량은 급감해 작물의 생장 환경이 악화됐다.  

다른 지방 보다 심한 편은 아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농작물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농기원에 따르면 줄기신장과 개화, 착과기에 있는 단호박과 참외, 수박 등은 가뭄으로 인한 피해 발생이 우려된다. 물을 공급하지 못하면 열매가 제대로 자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기온이 상승하면서 시설 감귤은 고열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노지감귤의 경우 꽃잎이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가뭄이 계속되면 제대로 열매를 맺을 수 없게 된다.  

콩 주산지인 구좌읍은 파종을 앞뒀지만, 땅이 건조해 파종이 쉽지 않다. 파종 전까지 땅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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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에 물을 줬지만, 점심께 메말라버린 수박밭.
이날 수박과 호박 등을 많이 재배하는 제주시 애월읍 신·구엄리 일대 밭에선 스프링클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또 길다란 호스 곳곳에 뚫린 작은 구멍을 통해 작물에 수분을 공급하는 곳도 상당수였다. 물이 닿지 않는 땅은 메말라 밟으면 흙이 부서지기도 했다. 

신엄리에서 수박 농사를 짓는 김모씨(54)는 "아직 가뭄이 심각한 편은 아니지만, 조만간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생육에 지장이 초래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지금까지 제주시 등에는 가뭄 피해 신고가 접수되지 않았다. 물 공급이 아직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뭄이 장기화돼 물 수요가 급증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주로 중산간에 물을 공급하는 어승생저수지는 1, 2 저수지를 합쳐 현재 약 28만톤의 물이 저장돼 있다. 비가 많이 오는 여름철에는 40만톤 수준까지 차오르기도 한다. 아직은 여유가 있는 편이다. 지난 2013년 제주가 극심한 가뭄에 빠졌을 때가 10만톤 정도였다. 

서귀포에서 감귤 농사를 짓는 오모(30)씨는 “가뭄이 지속되면 감귤에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당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수확기에 접어든 마늘과 봄감자 등은 초기 가뭄으로 인한 피해가 거의 없을 전망이다. 보리와 쪽파, 봄 브로콜리, 봄 양배추 등도 수확이 진행중이라 가뭄 피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현충일인 6월6일 제주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6월 한달 고기압의 영향을 주로 받아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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