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99)fine, refined

fine [fain] ɑ. 훌륭한, 좋은, refined [rifáind] ɑ. 정제된, 세련된
끗까정 끗내주는? 
(끝까지 끝내주는?) 

fine의 라틴어근 fin-은 “끝/한계(=end, boundary, limit, border)”란 뜻을 지닌다. 이 fin-이란 어근으로 이루어진 낱말로는 finish “끝내다”, final “마지막의”, define “규정하다”, confine “제한하다” 등이 있다. fine에서 파생(derivation)된 refined도 끝이 깔끔하게 다듬어졌다는 의미에서 “정제된/세련된”이란 뜻을 갖는데, 이렇게 본다면 fine은 아주 잘했다는 칭찬의 말로 쓰이는 우리말 형용사 ‘끝내주는’과 비슷한 의미라고 볼 수 있다.

끝마무리의 중요함을 강조하는 대표적 고사성어로는 ‘유종지미(有終之美: bring something to a successful conclusion)’와 ‘용두사미(龍頭蛇尾: bright beginning and dull finish)’가 있다. 전자가 “끝을 잘 맺는 아름다움”을 뜻하는 말인 반면, 후자는 “용 머리(dragonhead)에 뱀 꼬리(snake’s tail)”라는 뜻으로 “시작은 크지만 보잘것 없이 흐지부지 끝남(come to nothing)”을 꼬집는 말이다. 둘 다 차곡차곡 내실(internal stability)을 다지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유종지미와 비슷한 말로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는 ‘유시유종(有始有終: there's always the end when there was a start)’도 있다. 시작한 일을 끝까지 잘 마무리하라는 칭찬(praise)과 격려(encouragement)의 말로 쓰이는 유종지미에 비해, 유시유종은 과정(process)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있으며, 일의 완성도(degree of completion)보다는 일에 대한 일관성(consistence)이나 책임감(responsibility) 등을 강조하는 말이 된다. 

이런 고사성어(idiom originated in an ancient event)들은 모두 ‘어떤 일을 하든 그 시작은 쉽지만 끝까지 잘 마무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라는 사실을 전제(premise)로 하고 있다. 그렇기에 끝까지 제대로 해낼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며, 끝까지 해낼 수 있어야만 그 다음에 하게 되는 새로운 일들도 더욱 더 잘 해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코로나 팬데믹(pandemic). 그 경험을 통해서도 어떤 기생충(parasite)보다 무서운 기생충이 ‘대충(roughly)’이었다는 사실을 목도하지 않았던가. 올 한 해도 며칠 남지 않았지만, 지금부터라도 매사에 대충 마무리하고 넘어가는 습관(habit)을 끝까지 아름답게 끝내주는 습관으로 바꿔나가야만 한다. 나를 위해서, 우리가 사는 공동체(community)를 위해서.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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