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를 웃도는 폭염에 곳곳에서 ‘헉헉’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을 연신 닦아 보지만 곧이어 이마에서 구슬땀이 흘러내렸다.
털썩 주저앉은 사람들이 물을 먼저 찾았다. 시원한 얼음 생수를 들이켜도 더위는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앉은 자리에서 신발을 벗으니 물집 치료를 받은 발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폭염경보와 호우특보를 뚫고 행진에 나선지 사흘째다. 7월31일 제주해군기지를 출발해 위미와 남원, 표선, 성산을 거쳐 구좌까지 노란물결로 채웠다. 지난 발걸음만 70km에 달한다.
제주생명평화대행진에 나선 동진 참가자들을 3일 낮 제주시 구좌읍 한동초등학교에서 만났다. 마침 ‘휴식’이라는 소리와 함께 꿀맛 같은 점심식사와 자유시간이 보장된 시간이었다.
지난해 제주생명평화대행진과 첫 인연을 맺은 후 올해가 두 번째 참여다. 서울 송파와 경기 성남, 군포, 시흥, 부천지역 센터에서 청소년과 교사 등 72명이 함께했다.
집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이곳 제주에서 평화를 이야기하는 낯선 사람들과 만나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됐다.
학생들은 서로 돕고 스스로를 이겨내며 단 한명의 낙오자 없이 행진 대열을 지켰다. 교사들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끌어주며 자신을 이겨내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봤다.
올해가 두번째 참여인 김예빈(16)양은 “강정마을을 처음 방문했을 때 슬퍼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봤다”며 “내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다시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송양은 “처음 해군기지를 봤을 때 해안가 시골마을(강정) 풍경과 어울리지 않았다”며 “마을에 무엇인가 들어서면 주민들에게 먼저 물어봐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잘 지켜졌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인솔한 오일화 교육나눔 꿈두레 이사장은 좌충우돌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며 연신 미소를 보냈다.
오 이사장은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게 이 친구들에게 쉽지 않은 작업”이라며 “이번 행사를 통해 정체성이 만들어져 가는 모습을 스스로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당장 생명평화에 대한 개개인의 해석이 어렵겠지만 나중에는 결국 뒤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제주 속 강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강 전 회장은 “해군기지와 제2공항 공군기지 건설 등 산남의 군사기지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군사기지화를 통한 평화는 없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로 6회째를 맡는 이번 행사는 ‘평화야 고치글라, 평화가 길이다. 우리가 평화다’를 주제로 7월31일부터 8월5일까지 5박6일의 일정으로 제주도 전역에서 치러진다.
2012년 첫 행사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다섯차례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이 이었다. 올해는 제주생명평화행진으로 이름을 바꾸고 6번째 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동진과 서진으로 나눠 각각 100.4km 106.0km를 발걸음으로 채운다. 마지막날인 8월5일 오후 6시에는 제주시 탑동에서 동진과 서진이 만나 범국민 문화제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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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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