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김태석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추경안이 지난 7월22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를 두고 반대 측에서는 정부의 추경이 전쟁이나 재해, 경기침체나 대량실업의 경우에만 편성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정부는 성장의 혜택이 일부 대기업에만 편중되고, 성장으로 인한 고용확대가 이뤄지지 않는 점 등 현재의 경제 이중구조화와 청년실업을 국가재난 수준으로 본 것이다. 한 번의 추경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시장의 문제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라 볼 수 있다. 정부 추경에 발맞춰 지자체는 공공과 민간부문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계획수립과 예산편성에 분주하다. 서울 2조원과 부산 8000억원, 충남 3000억원 등 대규모 추경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는 8월말 약 8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창출 추경을 계획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논하는 ‘진보’와 ‘보수’를 경제학적으로 구분해보면, 진보는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반면 보수는 시장의 역할을 강조한다. 즉 경제문제가 발생했을 때 진보는 국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보수는 국가가 직접 개입을 해서는 안 되고 시장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도움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제와 실업의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처방하는가는 정책결정자의 몫이지만, 지자체 입장에서는 보수적이든 진보적이든 처방할 수 있는 카드가 거의 없다. 법적 의무 지출을 제외한 재량예산이 없고, 공공부문의 일자리가 매우 적으며, 시장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할 권한도 없다.

소위 ‘좋은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구직을 바라는 청년의 눈높이와 지역 내 일자리 수준과의 괴리도 문제다. 이로 인해 지자체에서 앞다퉈 도입했던 청년구직수당, 기업알선, 일자리박람회 정책들은 번번이 실패했다. 일례로 대전시는 30만원의 구직수당을 6개월간 6000명을 대상으로 지급할 계획이었지만, 정작 신청자는 17%인 1028명에 그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 정책에 동조하려는 지자체의 일자리 창출 추경은 단기 고용정책만을 추구하는 ‘알바 추경’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내륙과 비교해 1차 산업과 서비스 산업 위주의 제주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민선 5기에서 대대적인 일자리 창출 정책을 펼쳤음에도 뚜렷한 성과를 만들지 못한 경험 때문에 손을 놓고 있어야 하는가? 이 점에 대해 본인은 여·야, 진보와 보수, 집행기관과 의회가 내 가족의 일처럼 머리를 맞대고 수많은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당장 공무원 신규채용과 관련해 제주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구제역과 조류독감, 병해충 예방 및 방재 분야 인력을 강화한다면 이해 못할 도민은 없을 것이다. 또한 제주의 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 정원이 1750명인데 비해 결원은 350명에 달하고 있어, 재정운용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공공부문이 선제적으로 채용박람회를 연다면 박수를 받을 것이다. 그리고 단기성 노인일자리 대기자가 전국 최저 수준인 만큼 새로운 노인일자리 대신, 원스톱 지원센터 등 노인복지를 위한 시설인력 충원 및 처우개선을 추진하는 것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청년 고용을 위해서는 기업의 채용여건이 확보돼야 하는 만큼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고 사업영역을 개척하도록 개발공사 등 공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유치와 기업이전 정책을 청년일자리 창출 관점에서 재검토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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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석. ⓒ제주의소리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지역현실을 바탕으로 중장기 목표와 이에 따른 재원 투입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하지만 제주도정은 이에 관한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2015년 10월에 지사에게 보고된 ‘청년실업 대책 방안’이 유일하지만, 후속 실행계획은 수립되지 못하고 있다. ‘알바 추경’이 아닌 현실적이고 촘촘한 일자리 계획이 이번 추경에 담겨 있기를 기대한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김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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