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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벤처의 놀이터에서 펼쳐지는 즐거운 실험

2017년 10월 05일(목) 07:30
문준영 기자 moonsoyo@jejusori.net

[연속기획-제주형 도시재생, 길을 묻다] (10) 혁신 커뮤니티 ‘헤이그라운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론으로 도시재생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제주의소리>는 최근 전국 곳곳에서 지속적인 지역의 변화를 꿈꾸는 이들을 만났다. 일본의 사례에 이어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되는 서울 성수동, 천안, 대전 유성구를 찾아 건강한 제주지역 도시재생의 방향성을 찾아봤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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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수동 골목에 위치한 헤이그라운드. 바로 옆에는 고물상이 자리하고 있다. ⓒ 제주의소리

지난 6월 문을 연 서울 성동구 성수동 ‘헤이그라운드(HEYGROUND)’는 소셜벤처와 사회적기업은 물론 창의적인 기업가들에게는 한 번쯤 일해보고 싶은 매력적인 공간으로 꼽힌다. 이는 감각적이고 혁신적인 내부공간 구성 때문만은 아니다.

헤이그라운드가 형성된 과정을 살펴보면 왜 이 곳이 소셜벤처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지 이해할 수 있다.

비영리사단법인 루트임팩트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이들을 ‘체인저메이커’로 정의하고 “어떻게 하면 이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을까” 고민했다.

특히 사회적기업가와 소셜벤처 사업가가 키 플레이어라고 보고 어떤 방식이 이들을 건강하게 성장시킬 수 있을 지 주목했다. 단순한 대기업의 초기자본 투자, 1대1 컨설팅을 넘어선 그 무엇이 필요했다. 그들이 가진 근본적인 어려움에 주목한 이유다.

번듯한 사무실은 물론 좋은 시설이나 장비를 갖기 어렵다는 게 공통점이었다. 또 하나는 혁신적인 기업가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으면서 서로 교류하고 협력하면서 성장을 도모할 여지가 아주 드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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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이그라운드의 내부 공간의 구성은 독특하다. 두 개의 층을 잇는 계단은 때에 따라 대형 스크린을 관람하는 좌석이 되기도 한다. 각 층은 단절돼 있지 않고 유연한 방식으로 이어져있다. ⓒ 제주의소리

창업이 처음인 경우가 많다보니 자신이 어떤 리더십을 가져야 할지, 조직문화를 어떤 방향으로 가져가야 할지 혼란을 겪는 경우도 흔했다. 당면한 문제를 고민하다보니 정작 비즈니스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에도 쉽게 지쳐갔다.

“이 모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고민했고 결국 커뮤니티가 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체인지메이커들이 함께 모여 주고받을 수 있는, 서로의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지적 영감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최지훈 루트임팩트 매니저는 한 곳에 혁신적 기업가들이 모이는 일이 변화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현재 70개 기업, 530여명이 상주하는 이 건물에는 따로 따로 사무실을 썼다면 만들 수 없는 양질의 복합공간들이 곳곳에 많이 들어서있다.

다양한 이벤트 장소로 활용할 수 있는 옥상, 쾌적한 휴식공간은 물론 고성능 기구가 공용장소에 배치돼 있고, 요리를 하거나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테리아도 생겼다.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이들이 모인 만큼 외부에서 도움을 주겠다며 법인법인 등지에서 파트너십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고유의 문화적 코드를 함께 만들어간다는 차원에서 따로 입주 기간을 제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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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곳곳에 설치된 소형부스는 개인적인 전화통화를 해야하거나, 높은 강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상황일 때 이용된다. 안에 들어서면 위에는 'OCCUPIED' 안내판에 불이 들어온다. ⓒ 제주의소리

‘임대사업’ 아닌 ‘커뮤니티 비즈니스’

헤이그라운드는 이 공간과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그 과정 자체로도 주목을 받는다.

루트임팩트는 2015년 3월 헤이그라운드 설계를 시작하기에 앞서 사회적 가치를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을 잠재적 입주자로 보고 한 자리에 모여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매달 토론회가 열렸다.

헤이그라운드라는 커뮤니티 구성원을 선정하는 기준은 어떻게 정할지, 기업들에게 필요한 공간과 프로그램은 어떤 것인지 의논했다. 이 사전토론에 참가했던 업체 중 80% 이상이 헤이그라운드 속으로 들어왔다.

“커뮤니티는 누군가 만들어서 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사명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서 상호작용하다보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봤습니다. 운영자가 일방적으로 만들 수는 없는 속성이죠. 그래서 만드는 과정부터 함께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키즈 프렌들리’라는 내부 규칙과 다양성을 존중하고 경쟁보다는 공동의 성장을 추구하는 문화적 지향점들도 이런 과정 속에서 탄생했다. ‘사회적 가치를 위해 노력하는 체인지메이커’를 입주 대상으로 정한 것도 토론의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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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이그라운드 입주사 프립은 커뮤니티 멤버들을 위해 요가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사진). 프립은 평소에 경험하기 어려운 다양한 활동을 새로운 사람들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소셜 액티비티 플랫폼이다. 활용도 높게 구성한 물리적 공간과 다양한 교류를 추구하는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만남은 여러 모습의 협업을 가능케 한다. ⓒ 헤이그라운드

성수동이 혁신기업가들의 새로운 터전으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헤이그라운드가 여기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평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것은 이런 독특한 패러다임에 따른 것이다.

특히 한 입주 교육 스타트업이 성수동 지역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멘토링을 제공하고, 농가와 소비자를 적정가격에 연결하는 유통기업은 지역주민들에게 수박을 제공하는 등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지역사회의 접점도 찾아가고 있다. 성동구청과의 협력도 모색하고 있다.

이 모든 움직임에 중심에는 체인지메이커들을 뒷받침 하는 일이 곧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소셜벤처에서 일한다고 하면 가족이나 친구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합니다. ‘더 나은 일’을 한다는 데도 ‘쓸데 없는 일 하지 말고 취직이나 제대로 하라’는 반응이 돌아옵니다. 커뮤니티를 통해 이 같은 어려움을 도와줄 수 있다고 봐요. 이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체인지메이커들이 추구하는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소셜벤처 중에서도 성공 케이스가 나오고, 이를 토대로 소셜벤처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바뀌었으면 해요”

헤이그라운드 만든 루트임팩트는 어떤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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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사단법인인 루트임팩트는 누구나 사회적 선의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잠재력이 있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5년 전 탄생했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체인지메이커’로 정의하고 그들을 발굴하고 성장을 돕는 일을 한다. 소셜벤처, 사회적기업 뿐 아니라 나름의 방식으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체인지메이커에 포함된다.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인 정경선이 창립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재벌 3세의 사회공헌’이라는 맥락으로 조명을 받기도 했다.   

헤이그라운드는 사회투자책임(SRI) 방식의 펀드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건물주는 낮은 수익률에도 소셜벤처의 가능성을 보고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이고, 루트임팩트는 소셜벤처들을 연결시키기 위해 먼저 건물에 들어선 임차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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