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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자, 하천비리 뇌물공여 7000만원 진술 뒤집어...재판부 “보석허가 조건 왜 어기냐” 발끈

하천 교량비리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전 제주시 국장이 공판을 앞두고 증인측과 연락을 취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석이 취소되고 다시 수감되는 일이 벌어졌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제갈창 부장판사)는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 제주시 도시건설국장 김모(65)씨의 공판 과정에서 보석허가를 취소하고 23일 법정구속했다.

김씨는 검찰의 하천 교량비리 수사과정에서 구속된 공무원 8명 중 마지막으로 구속된 인물이다. 법원은 5월26일 김씨에 대해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김씨가 2012년 퇴직후 교량건설인 W사에 취직해 제주지역 업무를 총괄하면서 후배 공무원들에게 접촉해 일을 처리하도록 알선하고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W사는 2012년 7월 김씨에게 도내 업무를 맡기고 2014년에는 제주에 자회사를 만들어 김씨에게 대표로 앉혔다. 이듬해 제주의 자회사는 강원도의 또 다른 업체와 합병시켰다.

검찰은 W사가 김씨를 고용하면서 2015년 7월부터 매월 300만원을 지급하고 한도가 없는 법인카드까지 지급한 것으로 봤다. 2017년 5월까지 김씨에게 지급된 금액만 2억여원이다.

문제는 W사가 김씨에게 건넸다고 진술한 현금 7000만원의 진술을 번복하면서 불거졌다. W사의 대표 A씨는 이날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뒤집었다.

당초 A씨는 검찰조사에서 김씨가 영업과정에서 우선 지급한 2500만원이 부족하다고 말하자, 직원을 제주로 보내 현금으로 모두 5차례에 걸쳐 7000만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반면 이날 법정에서는 “검찰에서 말한 내용은 모두 거짓이다. 수사과정에서 검찰측의 압박을 받고 얘기한 것이다. 7000만원을 보낸 사실이 없다”며 본인 진술을 스스로 부정했다.

검찰은 즉각 반발했다. 증인 신문을 통해 진술 번복 사유를 캐물었고 이 과정에서 김씨가 보석직후 A씨와 통화하고 공판 직전에는 W사 관계자와 접촉한 사실을 확인했다.

공판검사는 이를 문제 삼고 재판부에 보석허가에 대한 우려의 뜻을 건넸다. 당초 재판부는 이번 사건 관련자들과 접촉하지 말라는 조건을 달고 김씨에 대해 9월8일 보석을 허가했다.

검사는 “보석허가 당시 우려했던 부분이다. 공판을 앞두고 A씨가 변호인을 통해 진술 내용을 뒤집는 사실확인서를 제출했다”며 “진술 번복에 대한 논리적 근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W사가 김씨에게 건넨 7000만원 중 일부가 공무원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을 잡고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했다. 법정에서 이 부분이 입증되지 않으면 혐의 적용이 어려워진다.

증인 신문이 끝나자 재판장은 배석판사들과 잠시 의견을 교환한 뒤 “형식적 유불리를 떠나 김씨는 보석 조건을 위반했다”며 곧바로 보석허가를 취소하고 김씨를 법정구속했다.

하천 교량 비리는 건설(토목)직 출신 공무원들이 퇴임 후 특정업체가 보유한 특허공법을 교량설계에 반영하도록 공무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비위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현직 공무원 3명, 전직 공무원 5명, 건설업자 1명 등 9명이 구속됐다. 현재는 보석과 구속기한 만료 등으로 7급 공무원 출신 업자 1명만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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