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지사, 김경배 부위원장 "왜 주민 동의없이 진행하느냐" 따지자 "생각이 다르다" 강경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제주 제2공항 추진의 절차적 타당성 확보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간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반대위) 농성 천막을 찾아 “협의가 거부권을 주는 것은 아니”라며 제2공항 추진 강행을 시사했다.  

23일 반대위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전 8시쯤 원 지사가 제주도청 맞은편 인도에 설치된 단식 농성 천막을 찾아 김경배 반대위 부위원장과 만나 4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10일부터 “제주도가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며 13일째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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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가 촬영한 원희룡 지사의 농성 천막 방문 모습. 4분37초 분량의 동영상에서 원희룡 지사는 "협의가 거부권은 아니"라고 제2공항 추진 강행을 시사했다.

김 부위원장은 농성천막을 찾은 원 지사에게 “절차를 위반하는, 정당성을 위반하는 행보를 자꾸 하느냐. 왜 동의 없이 진행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원 지사는 “제2공항 (추진) 하지 말라는 말 아니냐. 서로 생각이 다르다”고 답했다.

김 부위원장은 “우리는 도민이 아니냐. (제2공항 예정부지 성산읍) 4개 마을 주민은 도민 아니냐. 당사자들 의견은 묻지도 않고 공문을 보내냐”고 항의성 발언을 이어갔다.

지난달 27일 제주도는 "도민 대다수가 제2공항 개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제2공항 조기 추진을 국토교통부에 요청한 바 있다.

원 지사는 “단식을 오래해 건강상태를 보고, 관리책임이 있어 보러왔다. (공문) 얘기는 나중에 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김 부위원장이 “기본계획 예산 통과될 때 소음피해지역 주민이나 부지수용 주민이랑 협의해 이행하라고 하지 않았나. 왜 얘기도 없이 추진하라고...”라고 말하자 원 지사는 “협의라는 게 거부권을 주는 것은 아니다. 의견 차이가 있으니...”라고 말끝을 흐렸다.

김 부위원장은 “공항 들어오면 덕볼 사람들만 사람이고, 우린 도민이 아니냐. 억울하다. 공항 들어오면 죽은 목숨이니까 공항(추진)을 그만해야 한다. (제2공항 추진) 중단 요청을 (국토부에) 해 주세요”라고 한껏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원 지사는 “기운이 아직 많이 있으시구나”라고 김 부위원장의 손을 잡고 웃으며 달랜 후, “주민협의가 돼야 주민대책을 세울것 아니냐. 오늘은 안부를 물으러 왔으니 우선 건강부터 조심하라”라고 말한 뒤 자리를 벗어났다.

자리를 뜨는 상황에서까지 김 부위원장이 "중단 요청 해달라"고 했지만, 원 지사 역시 "그렇게 할수 없다. 건강 조심하시라"며 원칙적으로 선을 그었다. 

대책위는 지난 10일 농성천막을 설치했다. 제주시는 천막 설치 다음날(11일) 도로를 불법 점용해 보행·교통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이유로 천막 철거 계고장을 보냈다.

기한은 지난 17일 오후 6시까지였다. 이후에도 대책위가 천막을 철거하지 않자 제주시는 오늘(23일) 천막을 철거해야 한다고 대책위에 공문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시는 다음주께 대책위에 천막을 철거해야 한다는 내용의 2차 계고장을 보낼 방침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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