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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키 작은 동네’에 계속 살고픈 이유?

2018년 01월 23일(화) 10:37
문준영 기자 moonsoyo@jejusori.net

도시재생이 전국적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주민중심'이라는 가치가 단순히 말의 성찬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역민들의 자발성을 어떻게 이끌어내고 보장할 지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제주의소리>는 서울 성북, 세운상가, 목2동, 군산, 나주 속의 공동체들을 찾아 그 실마리를 찾아봤다. 지금까지 그들이 이뤄낸 변화와 남은 고민을 공유하는 일이 제주형 도시재생의 방향성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자>

[연속기획-제주형 도시재생, 길을 묻다] (17) 서울 목2동의 새로운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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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러스마이너스1도씨가 사무실로 쓰는 공간은 용왕산 꼭대기 즈음에 위치해있다. 원래 상하수도공사가 공원 관리를 위해 관사로 쓰다 방치되던 공간을 활용했다. 왼쪽부터 유다원, 김세영, 김지영 씨. ⓒ 제주의소리

영국의 ‘로컬리티’는 지역사회와 밀착해 마을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지역혁신기구로 도시재생, 사회적경제의 롤모델로 꼽힌다. 여기 소속된 마을공동체는 600여곳으로 이들 수입의 합은 한해 1조원이 넘으며, 고용인원은 1만명 이상이다. 방치된 건물이나 토지를 지역 공동체가 싸게 매입한 뒤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창출된 수익은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위해 재투자된다.

작년 10월 서울시를 방문한 로컬리티 멤버들은 서울 내 도시재생의 핵심 현장을 연이어 방문했는데 그 중 한 곳이 양천구에 있는 목2동이다. 목동 아파트 단지 옆 ‘키 작은 동네’로 불리는 이곳은 빌라와 원룸, 다세대 주택이 밀집해있다. 마을만들기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꼭 한 번 찾아오는 곳이다.

변화가 시작된 것은 2010년. 공공미술 활동을 이어오던 청년 넷이 목2동 주택가 한가운데 ‘숙영원’이라는 카페를 열었다. 이웃이나 단골이 생기면서 이들은 작당을 벌이기 시작했다.

인근에 위치한 도자기 공방과 함께 주차장 공간을 활용한 작은 축제를 열고, 지역아동센터와 청소년들을 위한 인문학 강의와 그림책 문화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이듬해에는 인근 수녀원 지하에 청소년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 ‘청청청’이 문을 열었다.

마을에 눌러앉은 이들의 재미있는 실험은 주민들과 만났다. 지역주민들이 뭉친 협동조합이 숙영원을 이어받아 마을카페로 운영하기 시작했고, 애칭인 ‘모기동’을 탄생시킨 모기동 마을축제도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바통을 넘겨받았다. 처음 기획가, 활동가 성격의 이들에서 주민들로 중심이 변하면서 활동이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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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시작된 모기동 마을축제는 목2동 골목길, 학교, 목욕탕 등 마을 곳곳에서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네 사람들과 동네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처음엔 예술가와 청년들이 이끌었다면 지금은 주민자치회 등 마을주민들이 주도하고 있다. 사진은 2016년 모기동 마을축제의 모습. ⓒ 양천구

동네사람들이 직접 만드는 잡지가 발간되기 시작했고, 손바닥라디오라는 팟캐스트도 생겼다. 마을학교라는 이름으로 주변 학교와 연계한 교과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인문학 강의, 영화 상영, 소규모 공연들이 연중 이어지고 아이들의 여유시간은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과 새로운 방식의 놀이로 채워졌다.

변화의 물꼬를 튼 플러스마이너스1도씨의 유다원(38)씨는 “마을에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만나고 친해지다보니 ‘요즘 이 동네엔 뭐가 부족해’라는 얘기를 함께 고민하게 됐고, 일이 벌어지게 됐다”고 설명하면서 “애당초 너무 훌륭한 마을이었다. 까마귀가 날자 배가 떨어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자신들은 기존에 마을이 가진 자원과 사람들을 연결시켰을 뿐이지 어디까지나 중심은 마을주민들이었다는 얘기다.

함께 카페를 시작했던 김지영(37)씨는 “처음에 ‘우린 당신들과 달라요’라는 아우라를 내민 게 아니라 ‘여러분들과 같은 1인이고 하는 일이 좀 다른 사람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며 “처음 들어갔을 때 바로 예술기획이나 문화활동을 시작한 게 아니라 자영업자로, 마을의 한 구성원으로 있다보니 어르신들이 자식처럼 안아주셨던 것 같다”고 변화를 설명했다.

여러 개발이슈가 빗겨간 목2동은 10대째 살고있는 어르신도 있고, 단독주택이나 빌라들이 많다.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김세영(29)씨는 “예전 시프트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재개발 얘기가 나오자 친구들이 까치산 쪽으로 이사갔다. 초중고 동네 친구 중 단 한 명만 남고 사라졌다”며 “그런데 최근엔 새롭게 들어오는 사람들이 잠깐 머물고 가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정착하려고 한다는 게 큰 변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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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에서 카페를 운영하면서 동네 사람의 일원이 된 플러스마이너스1도씨 청년들은 주민들과 교류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마음을 얻었다. 2012년 처음 진행된 공공예술교육프로그램 '모기동 격세지감'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 플러스마이너스1도씨

“다양한 동네 모임을 통해 동네가 좋아져 떠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하는 김씨에게 ‘앞으로 어떤 마을이 됐으면 하냐’고 묻자 “그냥 지금과 같았으면 좋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들 청춘들은 목2동의 미래에 대해 ‘잘 어울려서 사는 동네’가 됐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지영씨는 ‘다음 단계’를 묻는 질문에 그들의 지향점을 전했다.

“자신들이 갖고 있는 고유한 문화와 이야기들이 있다면 이 공간을 돈벌이 수단으로 쉽게 팔고 나갈 수는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이 지역 안에서 다소 장소성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역사를 담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다. 그 안에 남겨진 특별한 기억들이 있으면, 또 문화적 감수성들이 풍족해지면 쉽게 내어 팔거나 떠나지 않을 듯 하다. 이런 것들을 쌓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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