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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기운을 받고 솟는, 용이 만든 산물

2018년 02월 21일(수) 09:42
고병련 news@jejusori.net
제주의 ‘물’은 다른 지역 그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뿌리내려 숨 쉬는 모든 생명이 한라산과 곶자왈을 거쳐 흘러나오는 물에 의존한다. 그러나 각종 난개발, 환경파괴로 존재가 위협받고 있다. 제주 물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는 요즘, 남아있거나 사라진 439개 용출수를 5년 간 찾아다니며 정리한 기록이 있다. 고병련 제주국제대 토목공학과 교수의 저서 《섬의 산물》이다. 여기서 '산물'은 샘, 즉 용천수를 말한다. <제주의소리>가 매주 두 차례 《섬의 산물》에 실린 제주 용출수의 기원과 현황, 의미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제주섬의 산물] 8. 용담2동 용연의 용출수

용담2동은 한천 하류를 끼고 형성된 마을인 서한두기와 제주공항의 넓은 들인 정드르 옆에 새로 형성된 새정드르 일대를 지칭한다. 

용담2동에는 용연과 용머리가 바닷가에 자리하고 있다. 물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용연은 용궁의 사자들이 백록담으로 통하는 입구로 불린다. 물 속에 비를 뿌리는 용이 살고 있어, 가뭄 시 기우제를 지냈던 곳이기도 하다. 석벽 위 울창한 수림이 석벽과 함께 물에 비추었기 때문에 취병담이라고도 한다. 이 용연 앞 바다와 경계하는 한천의 하류에 용수가 있다. 용수는 깊이를 알지 못할 정도로 깊은 바닷물과 담수가 섞인 큰 물웅덩이로 용추라고도 하며, 제주목사 이원진은 자신이 쓴 탐라지에서 '가물어 (용수에서) 비를 빌면 효험이 있다'고 기록한다.

서한두기 동네의 중심인 용숫물(엉물)은 '용의 화신' 용연 앞 용수라는 서한두기 포구의 해수와 담수가 섞이는 조간대에서 여기저기 솟는 용출수를 통칭한다. 낭떠러지 비슷한 암석인 ‘엉’에서 솟는 물로 엉물이라고도 했다. 

용연 구름다리에서 흥운길 바다 쪽으로 가면 있는 큰 머귀나무 주변의 머구낭물, 배를 매어두는 곳인 ‘개맛’에서 용출되는 용수개맛물, 통에 보관했던 통물이라는 용출수를 통틀어 용숫물이라고 한다. 이들 산물은 정드르와 먹돌세기, 중댕이굴(오라3동) 주민들까지 와서 물을 지고가 식수로 사용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때에는 일본군 상륙부대가 굴을 파고 이곳에 주둔하면서 식수로도 썼다. 

지금 이 산물은 제주시가 포구를 정비하면서 물탱크처럼 사각박스 구조물을 만들고 그 안에 가둬 옛 모습은 모두 상실한 채 볼품없는 물이 되어 버렸다. 특히 바다 쪽 사각박스 지하에 갇힌 통물은 조명시설도 없어서 출입하는데 매우 위험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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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구낭물(바다안쪽)과 통물(바다쪽). 사진=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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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구낭물과 용연. 사진=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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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구낭물 내부. 사진=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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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물. 사진=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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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물 내부. 사진=고병련. ⓒ제주의소리

용수개맛물은 ‘소’라는 선식충(船食蟲)의 서식을 막기 위해, 배를 매어두는 곳에서 배의 바닥 부식을 막는 치유용 산물로 쓰였다. 지금도 바닷물을 쳐다보면 바다 속에서 수중 용출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일단 용출수를 없애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스럽지만 원형은 모두 잃어버려 애석하다. 다른 사례를 보면 통 안에 물들이 갇혀 있어 정체되고 썩는 경우도 있어서, 다시 옛 형태로 복원하는 것에 대해 검토해 봤으면 한다.

용수물에서 흥운길을 따라 해안을 끼고 용두암 방면 150m정도 가면 도로 밑 사각암거 안에 서한두깃물이 있다. 낭떠러지 같은 언덕 밑에서 솟는 산물로 천연적으로 둘러싼 기암들로 인해 여자목욕탕으로 사용되었다. 지금은 찾는 사람이 없는지 사각물통안에는 모래와 자갈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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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수개맛물. 사진=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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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한두깃물 입구(여자용). 사진=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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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한두기물. 사진=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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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한두기물. 사진=고병련. ⓒ제주의소리

용의 머리처럼 생긴 바위인 용두암에도 용의 기운이 가득한 용출수가 군락을 형성하여 솟아나고 있다. 이 산물은 용머리코지 일대의 멩감통이란 바다밭에 있다고 해서 멩감통물이라고 하며, 남자들이 목욕하는 곳이다. 용출수는 암반으로 형성된 웅덩이에서 솟아나고 있다. 

‘멩감’이란 뜻은 확실치 않으나 영혼의 죄를 다스리는 신으로 저승차사라고 해석하거나(제주도 발간 제주어사전), 음력 정월에 제주도에서 행하는 굿의 하나로 잡귀를 물리치고 풍년이 들 것을 빌거나 집안이 무사하고 행운이 오기를 빈다고(표준국어대사전)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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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멩감통물 입구(남자용). 사진=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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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멩감통물. 사진=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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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멩감통물. 사진=고병련. ⓒ제주의소리

이런 뜻으로 봤을 때 여기서 굿을 했다고 유추해 볼 수 있지만 용출수 이름의 뜻으로는 거리가 먼 듯하다. 어쩌면 목욕하다는 뜻을 가진 ‘멱감다’란 의미로 맹감통을 목욕하는 통이란 뜻이 더 가깝지 않을까 한다. 이 용출수 일대는 용두암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장소이기도 하여, 산물까지 갈 수 있도록 계단을 놓아 접근하기 편리하다. 단지 아쉬운 것은 많은 관광객이 이 용출수 주변에서 용연과 용두암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이 물이 샘물인지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주 섬의 귀한 생명수라는 안내판이라도 있어 용출수를 만지고 느낄 수 있도록 체험할 수 있다면 더욱 관광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 고병련(高柄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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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병련 교수. ⓒ제주의소리

제주시에서 태어나 제주제일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를 거쳐 영남대학교 대학원 토목공학과에서 수자원환경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공학부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동대표, 사단법인 동려 이사장, 제주도교육위원회 위원(부의장)을 역임했다. 현재 사회복지법인 고연(노인요양시설 연화원) 이사장을 맡고있다. 또한 환경부 중앙환경보전위원과 행정자치부 재해분석조사위원, 제주도 도시계획심의, 통합영향평가심의, 교통영향평가심의, 건축심의, 지하수심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건설기술심의와 사전재해심의 위원이다.

제주 섬의 생명수인 물을 보전하고 지키기 위해 비영리시민단체인 ‘제주생명의물지키기운동본부’ 결성과 함께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제주 용천수 보호를 위한 연구와 조사 뿐만 아니라, 시민 교육을 통해 지킴이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섬의 생명수, 제주산물> 등의 저서와  <해수침입으로 인한 해안지하수의 염분화 특성> 등 100여편의 학술연구물(논문, 학술발표, 보고서)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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