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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르는 농업의 또 다른 얼굴

2018년 12월 26일(수) 13:11
강종우 news@jejusori.net

[일자리를 위한 새로운 상상력] (9) 마음 치유하고 지역사회 바꾸는 ‘사회적농업’

※ 이 글은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 10월 31일 제주도의회에서 발표한 ‘사회적 농업 동향과 정책방향’에서 대부분 발췌했음을 미리 밝히며 양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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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의 사회적 농업 현장 모습. 기존 노동시장에서 소외됐던 이들이 직접 채소와 과일을 생산하거나 농업활동을 보조한다. 사회활동, 심리치료의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1978년 지역 내 장애인들을 농업활동에 고용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이탈리아 사회적 협동조합 아그리꼴뚜라 카포다르코(Agricoltura Capodarco). 로마 근교에 있는 이 곳은 지역사회에서 불리한 여건에 놓여 있는 사람들을 고용하고 원예재활치료프로그램 등의 돌봄 서비스도 제공한다.

직원은 농업인, 사회복지사, 정신과 의사, 원예 치료사, 요리사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며 전체 직원 수는 약 50명이다. 상주직원이 10명이고 조합원은 38명. 발달장애인, 정신질환자, 약물중독자 등의 취약계층도 조합원으로 등록되어 있다. 취약계층은 농사경험이 있거나 관련기술이 있으면 바로 직원으로 채용되어 조합원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최대 2년까지 직업연수 교육을 받아야 하며 연수생 신분으로 고용된다. 약 30명의 지역 내 청년 자원 봉사자들도 협동조합의 농업활동과 각종 프로그램 운영을 보조한다. 농장 부지의 대부분은 국유지를 임차한 것. 일부 건물 및 토지는 지역의 수녀원에서 기부하였다.

농장은 채소와 과일을 주로 생산한다. 가공시설을 갖추고 있어 와인, 올리브, 오일, 꿀 등을 생산하여 판매한다. 로마 시내와 농장에 레스토랑과 식료품 가게를 직접 운영하여 소비자와 직거래가 언제든지 가능하다. 와인, 올리브, 오일 등의 상품은 전문 중개인을 통해 유럽 전역으로 판매한다.

고용된 약물중독자, 발달장애인, 정신질환자 등의 취약 계층은 보통 농업활동을 보조한다. 노동 역량이 부족하거나 농업 활동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 일을 돕는다. 2008년부터는 지역 공공기관과 계약을 맺고 재활치료프로그램으로 원예, 미술, 음악, 동영상 제작 등의 활동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이탈리아에서는 수백 개의 사회적 농장이 ‘사회적 협동조합’의 형태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사회적 농장이라는 형태로 신체적, 정신적 약자를 보살피는 지역사회의 조직적 활동이 출현한지 오래다.

사회적 농업의 선진사례는 네덜란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케어팜(Care-Farm). 장애인과 노인들에게 사회활동의 기회를 주고 이를 통해 정신, 심리치료를 시도했다. 케어가 필요한 사람들을 농장에서 일하도록 연계해주고 농장에서 머무는 시간을 재활서비스로 인정한다. 물론 케어 비용도 국가가 지불한다. 활동으로 재배된 작물은 시장으로도 팔리면서 농가수익은 물론 장애인 치료활동까지 되니 일석이조이다. 사회적 농업의 돌봄 기능을 유연하게 사용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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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 노인복지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전남 영광군 묘량면의 협동조직 ‘여민동락 공동체’. /사진 제공=강종우 ⓒ 제주의소리

우리나라에서도 더디지만 그 싹이 움트고 있다. 농촌 노인복지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협동조직 ‘여민동락 공동체’가 그것. 전라남도 영광군 묘량면은 전형적인 인구 과소화 농촌이다. 면 인구가 2,000명 남짓, 면사무소 소재지에서 변변한 상점이나 음식점조차 찾기 어려울 정도다. 게다가 주민 절반이 노인이다. 십 수 명의 사람들이 10년 전 묘량면에 귀농하면서 여러 가지 활동을 전개했다. 이 활동은 우연히 시작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사회복지 실천가였고, 그들이 지닌 농촌복지에 대한 관심이 여민동락 공동체 활동의 씨앗이었다. 2007년에 귀농한 이들은 휴경지를 임차하여 밭농사를 시작했다. 아울러 영광군 관내 11개 읍․면의 농촌복지 현황 조사를 진행하면서 이후 이들의 활동은 사회복지 분야의 다양한 실천으로 이어졌다.

사회복지 실천 경험이 있는 귀농인들이 ‘동락원’이라는 이름의 협업농장을 운영하였다. 지역 노인들이 내어놓은 휴경지를 토박이 주민들과 함께 경작하였다. 모시풀, 콩 등 ‘모싯잎 송 편’을 만드는 재료가 되는 작물들이 주를 이룬다. 이 같은 작목 선정은 모싯잎 송편 가공공장에 들어가는 재료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이 모싯잎 송편 공장은 사회적 협동조합 형식으로 조직되어 있다. 그리고 묘량면에 거주하면서 거동할 수 있는 건강한 노인들이 취업해 일하고 있 다. 노

인들 중에는 모싯잎 재배 작목반에 속해서 작물 재배에 참여하는 이들도 있다. 거동이 어 려울 정도로 건강이 여의치 않은 이들에게는 묘량면사무소 소재지에 마련한 주간보호센터에서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밖에도 묘량면에 생필품을 구매할 상점조차 없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이동식 생필품 구매 협동조합’인 ‘동락점빵’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동락점빵’은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말그대로 지역복지공동체 형성을 목표로 사회복지 경험을 가진 귀농인들이 다양한 협동조합을 수단으로 지역주민과 함께 사회적 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것.

이뿐 아니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 있는 ‘꿈이 자라는 뜰’도 마찬가지. 발달장애 아동 및 청소년의 경제적 자립과 교육을 목적으로 만든 사회적 농장이다. 지역사회에 함께 살고 있는 발달장애 학생들의 직업적 자립능력을 키우고 일터를 만들어 지역사회가 그들을 보살피는 것이 이들이 도전하고 있는 과제다.

‘꿈이 자라는 뜰’이 추구하는 경영목표와 비전은 ①농업활동을 바탕으로 장애인의 전인적인 성장과 직업 자립 ②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돕고 배우며 어울려 살아가는 마을을 실현하는 것. 지역 내 장애인이 경험하는 문제점들에 대하여 지역사회 주민들이 집합적인 방식으로 대응한 사례다. 협동조합 방식의 지역사회복지실천 모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는 맹아이다.

이렇게 농업의 사회적 기능은 꽤나 구체적이고 다양하다. 농촌은 함께 흙을 만지고, 살을 부대끼고, 땅을 가꾸어는 것으로 약자를 품는다. 농업은 재활치료를 돕고, 노동통합을 이루며, 심지어 사회갈등을 해결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끌어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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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사회적 농업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로 선정될 만큼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회적 농업이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농촌에 잠재된 문제점을 해결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이미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는 다양하고 참신한 형태의 사회적 농업에서 그 희망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이제 우리 제주에서도 사회적 농업으로 그 희망이 더 커질 수 있도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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