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음-1.jpg

'바람직한 총장선출방식 모색' 토론회...대학본부는 "좋든 싫든 교육부 지침 따라야" 토로

제주대학교가 직·간선제를 모두 열어놓은 총장 선출 방식 논의를 본격화한 가운데, 대학 본부와 구성원간의 의견이 엇갈렸다. 본부는 교육부의 지침(간선제)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고, 구성원들은 총장 직선제를 선호했다.  

제주대 교수회(회장 고성보)는 18일 오후 3시 대학 친환경농업연구소 3층 대강당에서 ‘바람직한 총장선출방식 모색을 위한 1차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는 김성욱 법학전문대학원 법학과 교수의 총장 선출 방식 4가지 안에 대한 장·단점 발표로 시작됐다. 

김 교수는 △교육부 지침에 따른 간선제 △전체구성원 참여 정책평가형 간선제 △순수한 직선제 △정책평가형 직선제 4가지 안을 제시했다. 

교육부 지침 간선제는 총장추천위원회에 대학 구성원의 15% 이하만 참가해 총장 후보 1, 2순위를 교육부에 추천하면 교육부가 1명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전체구성원 참여 간선제는 총장추천위원회에 전체 구성원이 참여하는, 사실상 직선제와 같은 방식으로 전남대 등 일부가 도입하고 있다. 

정책평가형 직선제는 후보자들이 대학 운영 정책안 등을 제시하면 구성원들이 평가하고, 투표를 통해 후보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사실상 교육부 지침에 따른 간선제를 제외한 3가지 방안 모두 직선제와 가깝다. 

IMG_8224.JPG
김 교수의 발표 이후 고성보 교수회장이 좌장을 맡아 박성진 교무처장, 변수철 공무원직장협의회 회장, 김영표 체육학과 교수, 강주영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정숙 생활환경복지학부 교수, 김진경 총학생회 부회장이 토론을 벌였다. 

박성진 처장은 “교수회 차원에서 공청회를 열고 있지만, 대학 본부 입장으로서는 좋든 싫든 교육부의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 대학의 행·재정을 총괄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더 낫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 교육과학기술부(현재 교육부)는 국·공립대 선진화 방안이라는 명목으로 단과대학장 임명제와, 총장 직선제 폐지를 권고했다. 권고를 따르는 대학에는 대학 재정사업과 대학구조개혁평가 등에서 최대 5점의 가점을 줬다. 

각 대학의 재정 사업과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점수 차이는 단 1~2점에 불과해 5점의 가점은 사실상 사업 선정에 있어서 결정적이다. 정부가 재정을 무기로 국·공립대를 틀어쥐려 한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제주대도 교직원들의 투표를 통해 직선제를 폐지하고, 지금의 간선제를 도입했다.  

변수철 회장은 “아직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며 확실한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대학 본부 측으로 볼 수 있는 박 처장이 현행 유지 의견을 피력했지만 교수회, 여교수협의회, 학생 대표들은 총장 직선제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교수회 대표로 참석한 김영표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고, 아직 교육부의 (정책) 방향 설정이 안됐다. 교수회 자체 여론조사에서 많은 교수들이 총장 직선제를 원하고 있다. 구성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의회를 대표해 참석한 강주영 교수는 “지성인들이 모였다고 하는 대학에서 창피한 선거의 모습이다.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 유린당한다는 생각이다. 직선제를 하되 공정한 정책평가가 가능한 직선제 방향이 낫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IMG_8238.JPG
여교수협의회를 대표한 김정숙 교수는 “총장 선출 방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결국 대학 본부와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본부는 교육부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상호협력'을 강조한 뒤 “개인적으로는 순수한 직선제가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진경 총학생회 부회장은 “간선제라는 단어 의미 자체가 좋지 않아 보인다. 학생 대표로서 순수 직선제를 원한다. 대학은 기업이 아니다. 순위를 매기고, 경제적 효율성을 따지는 대학 운영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토론이 마무리되고 다시 마이크를 잡은 박 처장은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털어놓은 것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구차하게 설명하기 힘들다. 본부는 대학 재정과 행정을 책임지는 입장이다. 나도 보직이 끝나면 곧 일선 교수로 돌아간다. 본부에서 일해 보니 상황이 녹록지 않다. 모든 교수들이 보직을 맡아봤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어 "차라리 대학 구성원들이 예전 부산대학교 처럼 의견이 통일돼 어떤 파도라도 넘을 수 있는 상황이 됐으면 좋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부산대의 경우 지난 2015년 총장 간선제를 반대하는 과정에서 고현철 교수가 총장 직선제를 요구하며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결국 부산대는 국립대 중에서 유일하게 직선제를 지켜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일반 교수 사이에서도 많은 의견이 나왔다. 

박근혜 정부가 대학구조개혁평가를 통한 재정 지원을 무기로 국·공립대를 틀어쥐려 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해왔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총장 선출 방식이나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따라 재정적 압박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학 구성원들이 원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적기라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당초 교수회는 이날 제시된 4가지 방안 가운데 2개 정도로 추리려 했지만, 대학 본부와 구성원간 의견 차이로 실패했다. 

결국 교수회는 추후 2차 공청회에서 좀 더 진전된 토론을 갖기로 했다. 또 교직원과 학생 등 다양한 구성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키로 했다.

현 허향진 총장의 임기는 2018년 2월18일까지로, 늦어도 임기 만료 7개월 전인 오는 7월까지 총장 선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또 10월쯤 총장후보자 공개모집에 대한 공고가 이뤄져야 한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