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제주의 기업 환경을 ‘황무지’에 비유한다. 산업기반이 취약한 제주도의 특성에 기인한다. 그러나 향토자산에 기반을 둔 융·복합 산업, 지역산업과 연관관계가 높은 산업 등 제주경제의 총량을 키우는 내실 있는 기업들이 속속 성장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제주 향토기업뿐만 아니라 제주로 본사나 공장을 이전한 범 제주기업 등 아직은 충분치 않지만 제주에서 강소기업으로 성장 중이다. 이들에 대한 각종 육성정책과 지원도 한 몫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제주의소리>가 제주와 함께 동반 성장 중인 기업들을 송년기획으로 차례로 소개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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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월읍 어음리에 소재한 화장품 OEM.ODM 전문기업 유씨엘(주)의 제주공장 전경. ⓒ제주의소리
[제주와 동반 성장하는 강소기업들] ⑦유씨엘(주), 자연주의 화장품 생산․수출 전진기지 

소비자와 고객사, 직원들은 물론 세상 전부와 ‘변치 않는 사랑’을 추구하는 기업이 있다. 제주도 서쪽, 애월읍 어음리에는 유씨엘(주)의 제주공장이 위치해 있다. 사명 유씨엘은 ‘Un Changed Love’(변치 않는 사랑)의 약자다.

1980년 화장품 원료 메이커로 시작한 유씨엘(주)은 2018년이면 38주년을 맞이하는 화장품 OEM․ODM 전문기업이다. 제주도와 인천 두 곳에 각각 연구소와 공장을 두고 있다.

유씨엘은 제주 연구소와 생산설비를 중심으로 지역의 청정 원료를 활용한 자연주의와 화장품 연구개발에 매진해 괄목한 성과를 거둬왔다. 지난 9월에는 항산화․항염증․피부장벽 강화 효과를 지난 제주산 에키네시아의 줄기, 잎, 꽃 추출물을 함유한 화장품 조성물에 대한 특허 등록을 마쳤다.

유씨엘은 자사가 생산한 제품을 당당히 ‘Made in jeju’라고 말한다. 제주도 자생식물을 직접 또는 계약재배를 통해 수확한 원물을 가지고 제주공장에서 완제품을 생산해내고 있어서다. 사실, 한라봉과 백년초 등 제주산 원물을 가지고 생산은 육지 공장에서 하는 이른바 ‘짝퉁 제주산’은 넘쳐난다.

한 발 더 나아가 유씨엘은 제주에만 있는 소재(Only in jeju)와 제주에서 자라 효과가 더 강력한(Better in jeju) 소재를 발굴, 이를 원료화해 다양한 화장품 제형으로 생산하고 있다. 자연주의 화장품의 우수성을 알리면서 제주 화장품산업의 발전을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유씨엘 제주공장이 문은 연 건 2013년이다. 지난 2011년 제주테크노파크 바이오융합센터 내에 연구 분소를 설립해 제주공장 설립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2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지금은 명실상부 ‘제주산 화장품’ 생산의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유씨엘은 제주의 환경적 가치를 존중하고, 또 주목한다. 자연주의 스킨케어 전문 생산기지답게 어음리 공장은 자체 폐수처리시설, 대기오염 및 소음․진동 방지시설, 자연광을 활용한 절전 시스템을 갖춰 ‘제9회 대한민국 친환경대상’(2014년)을 수상하기도 했다.

유씨엘이 제주의 소재만큼이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제주의 스토리다. 화장품은 소비자의 감성까지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에 과학을 넘어선 어떤 특별함이 굉장히 중요하다.

제주의 설화, 꽃이나 약초들이 갖고 있는 전설, 제주에 살고 있는 많은 예술인들이 갖고 있는 철학, 이 모두가 제주산 화장품의 재료라는 것. 제주의 천연 소재에 이 같은 제주의 스토리를 입혔을 때라야 진정한 제주산 화장품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유씨엘의 올해 매출액은 310억원(잠정)에 달한다. 제주공장을 열었을 때인 2013년과 비교하면 50% 이상 성장한 수치다. 고용규모도 배 가까이 늘었다. 현재 제주에서 근무하는 연구․생산 인력만 31명이다.

유씨엘이 이렇게 성장하기까지는 제주테크노파크의 지원정책도 한몫 했다. R&D와 마케팅 지원 등을 통해 기술 개발 및 판로 개척에 받은 도움을 받았다.

특히 유씨엘은 2015년 7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진행된 ‘경제협력권산업육성사업 창의융합 R&D 지원’ 분야 우수기업 사례로 선정돼 제주도지사 상을 수상했다. 지난 11월 열린 제7회 제주산업발전포럼에서는 사례 발표에 나서 성공 노하우를 함께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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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사 6년만에 유씨엘(주) 대표이사로 초고속 승진한 이지원 대표이사. ⓒ제주의소리
이 같은 유씨엘의 고공성장에는 젊은 CEO, 이지원 대표이사의 역할이 컸다.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도에 입사한 그녀는 탁원한 업무추진능력과 미래에 대한 통찰력, 원만한 조직 통솔력 등을 인정받아 6년 만에 대표이사로 초고속 승진했다.

‘성공 비결이 뭐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변이 걸작이다.

“남에게 이익이 돼야 나에게도 이득이 된다.” 한자로 ‘타이아득’(他利我得). 사람과 사람, 사람과 환경이 항상 조화를 이뤄 성장해야 한다는 철학이 깔려 있다.

이 같은 경영철학은 ‘누구에게나 안전하고 효과 있는 먹고 바르는 제품을 만들자’라는 경영원칙에도 잘 담겨 있다.

이지원 대표는 “고객에게 신뢰를 주고, 고객에게 기업이 할 도리를 다하며 이를 통해 상호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유씨엘의 고객 우선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제주에 뿌리를 내린 기업으로서, 성공한 CEO로써 ‘노블리스 오블리제’ 실천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이지원 대표는 “회사가 성장할수록 사회적 책임과 의무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면서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진정성 있는 화장품을 만들면서 기업성장을 이루고 고용창출을 이끄는 것이 곧 사회공유가치 창출로 이어진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말은 안했지만 유씨엘은 지난해 제주대학교에 발전기금을 기탁하는 등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제주지역 화장품산업 발전과 전문가 육성에 기여하고 있다.

이지원 대표는 올해 창립한 ‘제주화장품 인증기업협회’ 초대 회장을 맡아 유씨엘뿐만 아니라 회원사들의 발전과 이익을 위한 공생 활동에도 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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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씨엘(주) 제주공장 내부 모습. ⓒ제주의소리
중소기업 지원정책과 관련해 그는 “개별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도 의미가 있지만, 이제는 제주에 화장품 기업도 많아진 만큼 ‘산업 생태계 조성’ 관점에서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업이 가진 공통적인 애로사항을 해소하는데 초점을 맞춘 지원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유씨엘이 제주에 뿌리를 내린 지 5년. 제주산 화장품의 생산과 판매, 성장을 통해 원료의 수요를 늘려 지역 1차 산업에 영향을 주고, 제조업 활성화를 통해 고용을 늘리는 것까지는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

그래서 그 다음 행보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프랑스처럼 제주산 화장품 탄생과정 그 자체가 새로운 관광테마로 이어져 관광산업까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유씨엘이 꿈꾸는 제주의 미래다.

이지원 대표는 “제주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될 만큼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간직한 섬이다. 제주의 청정 자연물을 활용한 자연주의 화장품은 세계 시장에서 무한한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며 “유씨엘의 제주공장이 천연 화장품의 메카가 돼 K뷰티의 수출활로를 열어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K-Pop이 음악으로 전 세계를 호령한다면, 제주를 생산․수출 전진기지로 삼은 K뷰티가 세계를 강타할 날도 머지않았다. 그 중심에 제주에 뿌리를 내린 강소기업, 유씨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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