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위원회 '경미한 징계' 지적...피해 학생 '심리치료' 조치 없어

<제주의소리>가 단독 보도한 [여학생 자취방에 가둬놓고 폭행..."조건만남 시키겠다" 협박까지] 사건과 관련해 열린 학교폭력대책위원회(이하 학폭위)의 조치가 적절했는지 의문이 표출되고 있다. 학폭위 특성상 주관적 판단이 개입할 가능성이 다분해 불거진 논란이다.

특히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과는 별개로 피해 학생에 대한 심리상담 등의 후속조치가 미흡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28일 여고생들이 또래 여고생을 자취방에 감금킨 뒤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에 대한 후속 조치를 위해 2월 7일 공동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렸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설치된 학교폭력대책위원회는 가해학생에 대한 선도 및 징계,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의 분쟁 조정 등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돼있다. 이번 학폭위는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의 학교가 달라 각 학교의 위원회의 위원들이 공동 참여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폭행을 당한 A학생에 대해서는 심리상담 및 조언, 일시보호, 치료 및 치료를 위한 요양 조치가 내려졌다.

폭행을 가한 B양에 대해서는 사회봉사 5일과 특별교육 이수 4시간, C양은 학교봉사 5일에 특별교육 이수 4시간 조치가 처해졌고, 전화를 통해 협박과 금품갈취를 지시한 D양은 폭행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특별교육 이수 4시간의 조치를 각각 내렸다. 또 이들에게는 공통적으로 피해 학생에게 서면 사과토록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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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에서 발생한 여고생 감금폭행 사건과 관련한 공동학교폭력대책위원회 결과 통지서. ⓒ제주의소리
◇ '경미한(?) 징계' 구설수, 道교육청 "학폭위 본래 취지, 징계 아닌 선도"

다만, 학폭위 이후에도 후속조치가 적절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건 발생 50여일이 넘도록 피해 학생은 정상적인 학업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을뿐 아니라 심리치료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와중에, 가해 학생들에 대한 조치는 상대적으로 경미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매뉴얼 상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피해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학교에서의 봉사 △사회봉사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 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처분 등으로 분류돼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가해 학생들은 서면사과, 피해학생에 대한 접촉 및 보복행위 금지, 학교에서의 봉사, 사회봉사,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교육이수 등을 동시에 처분 받았다. 현 시점에서 가해 학생들 모두 정상적으로 통학하고 있다는 점으로 미뤄 가벼운 처분이라고 판단될 여지가 있다.

또한 처벌 수위와는 별개로 학폭위 시스템 상 위원들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 있는 시스템도 논란이다. 

관련법에서 처벌에 대한 조치 규정은 한 페이지 분량으로, 처벌 수위에 대한 별다른 기준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최종 판단은 학폭위 몫으로 일임하는 것이다. 

위원회는 학교 내 교사와 함께 50% 이상은 외부위원을 두도록 하고 있다. 각 학교마다 구성비가 다르지만 외부위원은 대개 변호사, 학교담당 경찰, 자생단체장 등이 맡는다.

결국 해당년도의 학폭위 위원이 누가 참여하느냐에 따라 징계 수위도 차이를 보이는 구조다.

이와 관련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가벼운 처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상급 학교 진학시 징계 기록이 남게된다. 대학 진학에 지장을 준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징계였다"고 해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애초에 학폭위의 취지는 징계가 아니라 선도에 있다. 학폭위 이후에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경미한 징계라는 일각의 지적을 부인했다.

◇ 피해학생측 "학폭위 이후, 심리치료 등 안내 연락 없어"

무엇보다 피해 학생에 대한 후속 조치도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피해 학생은 등교는 커녕 집 밖으로 나오기를 꺼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직후 이사와 전학을 결정해야 했고, 정신과 치료를 병행중인 상황이다.

그러나, 학폭위의 조치 사항인 '심리상담 및 조언, 일시보호, 치료 및 치료를 위한 요양 조치'는 제대로 취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학생 A양의 어머니는 <제주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심리치료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는데, 학폭위 이후 학교나 교육청에서 관련된 전화를 받아본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A양의 어머니는 "학기가 바뀌면서 새로운 담임 선생님이 딸에게 전화가 왔는데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냐', '그러면 학교 나와도 되는 것 아니냐'고 묻는 정도였다"며 "병가 처리를 원했을 때도 전학을 가는게 확실하다면 조치해주겠다고 답하더라"고 했다.

이와 관련 해당 학교측은 "학년말이어서 담당 교사가 다른 학교로 자리를 옮기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학교 입장에서는 도움을 드리고 싶었는데, 그런 측면에서 저희의 조치가 부모님에게는 미흡하게 여겨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측 관계자는 "학생 입장에서는 학교를 다니지 않고 전학을 가겠다는 뜻을 보였다고 담임교사를 통해 들었다"며 "학교에서는 심리상담이나 정신센터에 안내하고,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학생이 집에서 기다리고 싶다고 하면 특별히 도와줄 일이 없기도 했다"고 이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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