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 (101) 과도하다는 주장, 결국은 그동안 할 일 안했다는 것 

동네빵집 사장님은 사업주로서의 안전보건의무가 없다고 할 것인가? 그건 아니다. / 사진=픽사베이
동네빵집 사장님은 사업주로서의 안전보건의무가 없다고 할 것인가? 그건 아니다. / 사진=픽사베이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상시노동자 5인 이상 사업장 및 50억 미만 공사현장까지 확대 적용되었다. 국민의힘은 이미 법이 시행되었지만 다시 개정안을 발의해서 법 시행을 유예시키자며 민주당을 설득했다. 민주당은 정부가 산업안전보건청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오면 협상할 수 있다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놓고 저울질 하고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의 도입은 정말 시기상조일까?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원리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를 예방하기 위함이 목적이다. 여기서 중대재해는 사망사고나 동시에 2명 이상이 중상을 입는 사고 등의 중한 사고를 의미하는데,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발생한 중대산업재해의 대부분은 사업주가 법상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취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단순한 원인으로 인해 반복된 사고였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이에 착안하여 사업주가 안전보건의무를 취할 수 있도록 경영책임자의 의무를 강화하고, 안전보건관리체계 속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사업주의 처벌은 이러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에 한하여 이루어지며,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추고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의무를 이행한 상태라면 사고가 나도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묻지 않는 원리다. 

과도하다는 당신, 그동안 할 일을 하지 않은 것

따라서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을 준수하고 있는 50인 미만 사업장이라면 확대 적용으로 인해 추가로 들일 비용 부담이 크지 않다. 만약 추가로 들여야 할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면 그동안 해야 할 의무를 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5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예산과 안전관리자 등 전담 인력을 배치할 의무가 있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안전관리자 채용의 의무가 없고, 전담 조직이나 전담인력 배치는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업종과 규모에 따라 사업주의 안전보건관리와 교육 등의 법상 의무를 다하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한 사업주의 처벌이 두려울 것이 없다. 

또 하나, 정부에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시행을 앞두고 아직 현장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드는데 유예기간 2년이 지나는 동안 노동부에서 현장에 대해 준비태세를 갖추기 위한 할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과 같은 태도다. 

정부는 왜 동네빵집을 예시로 들었을까? 

법이 전면 적용되기 며칠 전, 고용노동부장관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용노동부장관이 앞장서서 경제계의 요구에 따를 법 적용유예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등장한 것이 동네빵집 사장님이다. “동네빵집 사장님도 적용대상이 된다. 50인 미만사업장의 안전보건체계 구축이 어렵다.” 등의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일까? 중대재해는 주로 공사현장이나 제조업에서 발생한다. 노동부가 예시로 든 동네빵집을 포함하여 소규모 식당 등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사고는 극히 일부다. 음식점업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2022년 5건, 2023년 1건인데 모두 음식배달 중 발생한 오토바이사고였다. 

그러면 왜 정부에서는 사고가 많은 공사현장이나 제조업이 아닌 하필 빵집을 예로 들었을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영세 사업자들을 괴롭히는 법인 것처럼 부각시키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시키는 ‘공포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리고 동네빵집 사장님은 사업주로서의 안전보건의무가 없다고 할 것인가? 그건 아니다. 산업안전보건법상의 법적의무 뿐만 아니라 손님들이 안전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건축법, 소방법 등 관련 법령에 의해서 안전한 시설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 

재주지역 중소영세사업장 사업주는 어떻게 준비하면 될까

중대재해처벌법 확대적용으로 제주도내에 적용을 새롭게 받을 사업체는 갯수로는 약 1만1000개 정도이다. 종사자수로 따지면 약 12만명이 이번 법 적용대상으로 포함된다. 사업주는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의 사업주의 의무가 준수되고 있는지 이번 기회에 살필 필요가 있다.

법 시행 후, 노동부는 현장 지원을 위해 ‘산업안전 대진단’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에 접속하거나 인터넷에서 산업안전 대진단을 검색하면 온라인으로 자가진단을 할 수 있는 페이지로 연결된다.( https://www.kosha.or.kr/survey ) 10개 정도의 항목에 대해서 체크를 하면, 빨간·노란·적색 신호등으로 사업장의 안전보건체계 상황을 진단할 수 있다. 그밖에 사업체의 업종과 규모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다양한 정부 지원정책들도 확인하여 활용할 필요가 있다. 

수고했어 오늘도~ 서로의 안부를 묻는 하루

중대재해처벌법 확대적용에 대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것만큼 산업안전보건법이 현장에 강조될 수 있길 바란다. 국회의 결정에 의해 중소영세사업장의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저울질되는 잔인한 시절이지만 말이다. 

작은 사업장에는 사업주와 노동자가 같이 일하는 경우가 많다. 안전한 현장의 조성은 사업주의 노동환경의 개선으로도 연결된다.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면서 “오늘 수고했다. 하루 일하면서 힘든 일은 없었나?”, “일하다가 위험하거나 사고날 뻔한 적은 없었나” 이런 소통을 상시적으로 하면서 개선 할 부분이 있으면 개선하는 조직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 이렇게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존중하는 조직문화가 연결되어 일하는 사람의 생명과 안전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사회로 성장해 나아갈 수 있는 것. 그것이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이다. 


#김경희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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