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 탐라국입춘굿이 한파 속에 2일부터 4일까지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2018 탐라국입춘굿 눈보라 속에 진행, 첫 시도 시민참여 프로그램 향후 기대

봄의 시작이라는 입춘(立春)이 무색할 '역대급' 한파가 덮친 가운데, 2018 무술년 탐라국입춘굿이 2박 3일 일정을 마무리했다. 행사 기간 내내 몰아친 눈보라에 무대를 옮기고 부스도 축소하는 등 난항을 겪었지만, 처음 시도한 시민참여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도 거뒀다.

2일부터 4일까지 열린 올해 탐라국입춘굿은 쏟아지는 눈과 영하의 날씨에 맞서야 했다. 최저 기온이 -2.3℃(4일)까지 떨어지고 첫날을 제외하고 3~4일 오전·오후 내내 눈과 바람이 몰아쳤다. 3일 오전 제주목 관아 안에 설치한 주 무대는 설치물이 떨어지면서 관덕정 광장으로 옮겨야 했고, 다음 날은 광장 체험 부스까지 치우고 가스난로를 급히 공수했다. 초감제는 관덕정 안으로 들어갔다. 핫팩, 무릎담요, 커피 등을 동원하면서 추위를 달래는 모습에 “이런 날씨는 지금까지 입춘굿 가운데 처음”이라는 주최 측의 아쉬움이 나왔다. 

지난해 입춘은 눈 한 점 없는 쾌청한 날씨에 역대 최고 관람객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야외행사는 날씨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추위·눈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안전사고 없이 진행했다는 경험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무대 음향이 다소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지만 전체 상황을 고려하면 크지 않게 느껴졌다. 

▲ 4일 입춘굿 행사 시작 전 관덕정 광장 모습. ⓒ제주의소리
▲ 4일 오후 모습. ⓒ제주의소리
▲ 이날은 가스 난로가 투입됐다. ⓒ제주의소리
▲ 밤사이 내린 눈을 한쪽으로 치웠지만 눈발은 오후 내내 이어졌다. ⓒ제주의소리
▲ 관람객들을 위해 떡을 나눠주고 있다. ⓒ제주의소리
▲ 청주 출신 소리꾼 조애란(가운데) 씨의 공연. ⓒ제주의소리
▲ 행사 중간 눈을 치우는 모습. ⓒ제주의소리
▲ 눈이 수북히 쌓인 목 관아 안에서 관람객들이 신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제주의소리
▲ 입춘탈굿놀이. ⓒ제주의소리
▲ 꿩 연기에 어린이들이 신기해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 입춘탈굿놀이. ⓒ제주의소리
▲ 관덕정 안으로 옮겨진 초감제. ⓒ제주의소리
▲ 낭쉐 위에 눈이 쌓였다. ⓒ제주의소리

또한 시민참여 프로그램도 무사히 마치면서 탐라국입춘굿이 더 많은 이들과 함께하는 시민축제로 발전하는 가능성을 싹 틔웠다. 주관 기관인 (사)제주민예총은 지난해 말부터 8개 기관, 단체와 소통하며 탐라국입춘굿 가운데 하나인 ‘시민참여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난해 제주시 추경 예산에 반영되면서 일찌감치 준비할 수 있었는데, 추경 예산도 시민참여프로그램도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북초등학교, 제주청년 모임 ‘탐라상상’, 삼도2동 자치위원회, 일도1동 통장협의회, 올리브나무어린이집, 용담지역아동센터, 우리동네지역아동센터, 보물섬학교는 짧게는 1개월, 길게는 3개월 이상 (사)제주민예총이 섭외한 예술가와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공연을 준비했다. 

일도1동은 ‘고을나의 화살이 떨어졌다’는 지역 유래설화와 풍요를 상징하는 입춘방 엽전을 결합했다. 삼도2동은 소머리를 형상화한 낭쉐(나무소)탈 전통등을 제작했다. 제주 청년·대학생들이 모인 ‘탐라상상’은 자신들의 고민을 적은 독특한 낭쉐에 말(言) 없는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보물섬학교는 여러 가지 곡물, 열매를 사용한 ‘입춘풍요기원’의 탈을 만들었다. 용담지역아동센터는 커다란 세경할망 인형과 씨앗 꽃등으로 세경할망 신화를 표현했다. 

이들은 첫날 퍼레이드와 관덕정 광장에서의 개별 공연까지 멋지게 소화하면서 정형화된 탐라국입춘굿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탐라국입춘굿은 그들만의 놀이’라는 일각의 비판을 상쇄시키면서, 탐라국입춘굿이 탐라문화제처럼 많은 도민들이 함께하는 시민축제로서 발전하는 첫 단계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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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라국입춘굿 첫날 퍼레이드에 동참한 시민참여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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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참여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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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참여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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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참여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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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참여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시민참여프로그램에 참여한 양계수(65, 삼도2동) 씨는 “예술인들이 적극적인 자세로 함께 하면서 주민 모두 즐겁게 할 수 있었다. 덕분에 주민들 사이도 더욱 돈독해졌다”며 “다음에는 더 많은 동네, 마을이 참여해 더욱 특색 있는 입춘굿으로 만들었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정효 (사)제주민예총 이사장은 “올해는 20회라는 상징성과 함께 시민참여프로그램, 총연출자 도입, 제주공항·국제여객터미널까지 확대 등 여러모로 첫 시도가 많은 뜻 깊은 시간이었다. 비록 날씨는 좋지 못했지만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는데 의의를 두려한다”며 “앞으로 시민축제로서 외연을 넓히면서 동시에 입춘굿 본연의 전통을 살려나가는 데 중심을 잡아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무술년 탐라국입춘굿은 시민 참여를 이끌어내는 내용 뿐만 아니라 ‘솔기 메어듦’(세경기를 들고 집안을 돌아 고팡으로 곡식을 옮겨 한 해 풍농을 점치는 과정)과 ‘칠성비념’(솔기소리를 부르며 솔기를 메어드는 과정에서 목 관아 부속시설마다 멈춰 서서 동헌할망부터 뒷할망에 이르는 부군칠성신들에게 대한 간단한 비념) 같은 전통 풍습을 되살리거나 재해석해 시도하는 노력도 더했다.

1999년 입춘굿을 복원하는데 앞장선 민속학자 문무병 씨는 “예전 입춘굿은 탐라왕, 제주목사 등 리더가 나서서 진행하는 관민합동 축제였다”며 “다른 지역과 달리 고대 때부터 해오던 가장 오래된 풍습이 제주에 남아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지켜나가야 한다. 이런 바탕 아래 얼마든지 이벤트 적인 것을 추가하면 된다”고 20번째를 맞는 탐라국입춘굿의 발전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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